가까운 미래에는 의료계의 패러다임이 송두리째 바뀔 것이라고 주장하는 에릭 토폴의 두 번째 책이다. 첫 번째 책은 기술발전이 가져올 변화될 의학적 접근법에 대해서 주로 다뤘다면, 두 번째 책은 의사와 환자 사이의 관계에 찾아올 변화에 집중한다.
<The Patient Will See You Now>
<청진기가 사라진 이후>
환자 중심의 미래 의료 보고서

우리는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간다. 병원에 기다리고 있는 의사 선생님은 자신이 쌓아온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진단을 내리고 치료법을 결정한다. 병을 오래도록 앓고 있는 것은 내 자신인데, 병을 다루는 사람은 나를 오늘 처음 본 사람이다.
지금까지는 의사 선생님을 의심하는 경우는 잘 없었다. 산업화 시대를 거쳐 자본주의를 맞이하면서 인간은 경제적 생존을 위해 직업의 전문화를 추구해왔고, 내가 잘 모르는 분야는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상대적으로 효율적이고 그나마 안심이 되었기 때문이다.
의료 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 걸쳐 전문가들은 자신의 분야에 권위를 가지게 되었고, 전문적인 교육과 지식 없이 권위에 대항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무시하기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인터넷이 가져온 정보의 민주화는 전문가 사회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마치 중세시대 인쇄술의 발달로 모든 사람이 책으로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되자, 종교사회의 권위가 크게 흔들렸듯이 우리 사회도 이미 변화가 시작됐다.
환자 또는 보호자가 병원에 오기 전부터 인터넷 검색을 통해 질병에 대해 공부해 온다는 것은 더이상 놀랍지 않은 사실이다. 머지않아 더욱 발달된 센서와 데이터 분석을 통해 환자 중심의 진료와 치료가 이루어지는 “의료민주화”가 찾아올 것이라는 주장이 이 책의 내용이다.
기술 발전으로 인한 인류 사회의 전반적인 파괴적 변혁을 마지막까지 버텨왔던, 의료 분야도 이제는 권위를 내려놓고 환자 주도적인 의료민주화의 흐름에 따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생명을 다루는 업의 특성상 혁신을 찾기 힘든 정적인 분위기에 따분하다고 생각했던 의학 분야에, 그동안 생각했던 것과 다른 변화의 물결이 찾아오는 것 같아 혼자 짜릿했던 기억이 있다.
변화의 물결에는 준비된 자만이 휩쓸리지 않고 파도를 탈 수 있을 것이다.